청곡淸谷 김시영金時泳의 가평요加平窯를 방문했던 것이 2006년 9월 5일이었으니 이 잔을 구입한 것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산을 닮은 그의 모습과 그의 흑유자에 반해 그리고 그가 특별히 가격을 저렴하게 해줘서 두 점을 모두 들고왔다. 20세기 이후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찻잔 가운데 아마도 가장 화려하고 가장 비싼 잔일 것이다. 그는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세라믹을 전공한 뒤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지금도 그는 중국 송나라와 고려시대에 유행했던 흑유 도자기를 20년 넘게 연구하고 빚어내고 있다. 그의 흑유에서 금속의 느낌이 나는 것은 그의 전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봉황흑유자는 빛의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과 색을 보여준다. 잔의 표면 뿐만 아니라 안울은 더욱 다양한 색감을 보여주며 각도에 따라 크고 작은 공작새의 날개 문양이 나타난다. 요즘 만들어지는 봉황흑유자는 10년 전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지니고 있어 좀 더 균일하고 좀 더 다양한 색의 금속 느낌을 가지고 있다.
봉황흑유자의 장점이 화려한 빛과 문양이라면 차맛을 잘 살려주지 못하고 입전이 두터워 차를 마실 때 썩 좋은 느낌이 아니라는 것은 단점이다. 때문에 이 잔을 구입한 이후 내내 관상용으로만 사용했다. 오히려 이후에 구입한 그의 저렴한 황금빛 잔이 차의 맛을 잘 살려주어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예쁘고 비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2006년 작가에게 한 점당 50만원을 주고 구입하였다. 원래 가격은 100만원이었다. 이후 전시회에서 본 봉황잔은 이러한 형태와는 다소 다른 작품이었고 작품 가격도 오른 상태였다. 2022년 현재 한 쌍에 300만원 정도면 적정 가격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