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無款 은대취객호銀臺醉客壺

은대취객은 주니호로 일본인 오겐호우奥玄寶가 저술한 《명호도록茗壺圖錄》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 책은 1878년 일본에서 처음 간행되었는데, 일본이 소장한 자사호 30점을 선별하여 선으로 차호의 조형을 그린 그림과 더불어 명문과 인장의 탁본을 수록하고 있다. 책에는 ‘주춘삼십이선생注春三十二先生’이라고 이름 지어진 차호들이 있는데, 그 중 ‘은대취객’이라는 차호가 이와 동일한 형식을 가지고 있어 그 이름을 가져왔다.

이 차호는 전체가 수선화 꽃잎 모양으로, 여섯 개의 균일한 수선화 꽃잎 형태를 하고 있으며, 오목하고 볼록한 모양이 규칙적인 근문기에 속한다. 뚜껑 꼭지에서 바닥 중심까지 기맥이 관통하며, 궤를 같이하는 듯하다. 능파선자호凌波仙子壺[1]라고도 부른다. 몸통은 꽃봉오리처럼 아름답고, 목 부분은 위로 점차 좁아지며, 입술 부분은 옆으로 튀어나와 뚜껑을 받쳐주고, 함몰 뚜껑은 단단히 맞물려 있는데, 뚜껑 표면은 활모양으로 솟아올라 마치 접시 모양의 꽃잎 같다. 뚜껑 꼭지는 구슬 모양으로 정교한 여섯 개의 돌기가 새겨져 있다. 바닥 가운데 부분으로 여섯 쪽의 근문이 모이며, 세 번 굽어진 기둥형 주둥이와 양쪽의 오목한 선과 정면의 볼록한 선이 아름답고 경쾌하다. 손잡이와 주둥이의 이랑 모양 선은 서로 유사하며, 굴곡이 아름답게 주전자 몸체에 박혀 있어, 잡고 기울이기가 편리하고 자태가 균형 잡혀 있다. 태토는 주홍색인데 붉으면서도 화려하지 않고 광택이 옥과 같으니, 확실히 보기 드문 수선화 모양의 정교한 주니호이다.

이 주전자는 청 중기에 전수공으로 만들어져, 차호 내부의 근문이 가지런하고 뚜렷하게 보인다. 《명호도록》에 수록된 은대취객은 자사로 만들어졌지만, 주니로 만든 기물은 더욱 귀하며, 그 성형 난이도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다. No.178


[1] 원문에는 능화선자凌花仙子로 되어있으나 능파선자의 잘못된 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