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호는 등황색이 섞인 홍색의 주니를 사용하였다. 전수공으로 제작되었으며 출수구는 단공이다. 옛 주니 차호를 모방하여 만든 것으로 판매자는 이것의 재료를 노주니老朱泥라 하였으나 예전 주니를 모방한 니료이지 예전 니료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리는 짧지만 세 번 꺾여있으며, 손잡이는 귀모양으로 내려와 있다. 몸체는 감람의 형상이며 뚜껑은 관모官帽 형상으로 만들어져 있고 꼭지는 몸체와 마찬가지로 감람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보통 뚜껑꼭지는 몸체의 형상을 축소하여 만드는 경우가 많다. 형태면에서 이 호는 앞서 소개한 시대빈의 감람호와 비슷하다. 바닥은 테두리가 있는 패인 바닥으로 안정감을 준다. 인장이나 관지는 없으나 차호 바닥에는 해서체로 맹호연孟浩然의 시, <건덕강에서 묵다宿建德江>가 새겨져 있다.
차호 제작 방식이 전수공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는데 뚜껑과 바닥에 있는 선과, 안쪽에 두드려만든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또한 손잡이에서 바닥 쪽으로 소성 시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패인 부분이 있어 제대로 된 주니 차호가 얼마나 얻기 어려운지를 말해주고 있다. 자사호를 구매하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질 좋은 주니호를 구하려 애를 쓰고 대체로 좋은 주니호를 구입할 때는 작가의 지명도 보다 주니의 재질과 차호의 완성도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 차호의 경우 좋은 주니를 사용하였으며 형태 역시 초기 자사호의 형태를 구현하였기 때문에 소장 가치가 있다.
이 차호를 구입할 때 차호에 포스트잇으로 “골동 아님”이라고 쓰여있었는데 중국과 타이완에서는 대체로 이러한 차호를 민국 시기에 나온 골동으로 속여 파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판매자는 자신은 속여 팔지 않는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알리고, 또 한편으로는 많은 고객들이 이 차호의 골동 여부를 지속적으로 물어 하나하나 대답하기 귀찮아서 그리한 듯하였다. 호 바닥의 시는 번체자로 새겨져 있어 귀 얇은 이는 골동이라 하여도 그대로 속기 쉬울 것이다. 대체로 수준 낮은 가짜 골동품은 관지나 시를 새겨도 간체자로 적고 골동이라고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맹호연의 시의 등장하는 건덕강建德江은 지금 저장浙江의 서쪽을 흐르는 강이다. 시의 원문과 해석은 다음과 같다.
건덕강에 묵으며宿建德江
배 옮겨, 물안개 핀 물가에 대니, 移舟泊煙渚,
해 저물고, 나그네 시름은 새록새록. 日暮客愁新。
가없는 벌판, 하늘은 나무에 드리우고, 野曠天低樹,
맑은 강, 달은 내 곁에 江清月近人。
2006년 연남동 수미헌에서 60만원에 구입했다. 2022년 기준 적정 가격은 15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