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호의 니료는 적갈색으로 계화사桂花砂를 섞었다. 곧은 원통형 몸통에, 짧은 물대, 낮은 목, 절개 뚜껑, 아치형 손잡이, 늘어진 귀 모양의 손잡이를 갖고 있다. 주전자 바닥에는 행서체로 ‘시대빈 만들다時大彬製’라고 네 글자가 새겨져 있으며, 뚜껑 안쪽에는 해서체 양각으로 ’방씨가 만들다方製’라고 새긴 인장이 찍혀있다. 이경강과 장홍이 함께 펴낸 《양선사호도고》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피운루披雲樓에서 소장한 짙은 적갈색 큰 차호 한 점은 스타일이 소박하고, 조사하여 배 껍질처럼 만들었으며, 소성 온도가 매우 높다. 뚜껑 안쪽에는 넓고 두껍게 기포가 형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일반적이지 않아 보기 어려운 것이다. 뚜껑 안쪽에 전서체로 ‘방졸方拙‘이라는 새긴 작은 인장이 찍혀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아야만 알아볼 수 있으며, 명나라 말기의 기물일 것으로 생각한다.
시대빈 이름이 새겨진 고풍스러운 형태의 자사를 섞은 높은 원통 차호는 급직호汲直壺라고도 하는데, 반드시 시대빈의 진품인 것은 아니다. 자사의 질감과 형태가 초기 방품처럼 보이는데 뚜껑은 후대에 방씨 성을 가진 사람이 다시 맞춘 것이며. 따라서 방씨는 바로 방졸이 틀림없을 것이다.
이 주전자는 현재 쑤저우박물관蘇州博物館에 소장되어 있다. No.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