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聖思 도배桃杯

이 자사로 만든 복숭아 잔은 적갈색을 띠고 있으며, 자사의 재질이 부드럽고 섬세하다. 반으로 자른 복숭아 모양으로, 기발한 구상과 완벽한 조형을 갖추고 있다. 또한 고풍스럽고 힘 있는 복숭아 나뭇가지로 손잡이를 만들고, 잎과 열매로 세 개의 작은 발을 만들었다. 전체 잔에 다양한 크기의 늙거나 새로 돋은 복숭아 잎 14장이 입체적으로 조형되어 있는데, 잎맥은 선명하고, 각기 다른 생태와 우아한 자태를 보여준다. 기예가 훌륭하여 고금의 차호 예술 가운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작품이다.

잔의 몸통 바깥 부분에는 당나라 시인 허작許碏의 시 <취음醉吟> 가운데 앞의 두 구절이 새겨져 있다.

閬苑花前是醉鄉, ,
拈翻王母九霞觴,
群仙拍手嫌輕薄,
謫向人間作酒狂.
낭원의 꽃밭은 술에 취한 별천지
서왕모의 구하상을 집어 들다 엎었네.
여러 신선 손뼉 치며 경박함을 미워하여,
인간 세상 유배되니 주정뱅이 되었네. [1]

시를 읊고 의미를 이해하면 작가의 식견과 창작 의도를 꿰뚫어 볼 수 있다. 작가 성사聖思의 기록은 사서에 남아 있지 않으며, 그의 생애도 고증할 수 없다. 잔 받침의 명문은 다음과 같다.

간옹은 이싱의 명사 저남강儲南强 선생의 별호이다. 이 잔은 현재 난징박물원에 소장되어 있다. No.108


[1] 낭원閬苑은 곤륜산 정상으로 서왕모가 거주하는 곳이다. 구하상九霞觴은 맛난 술이 담긴 술잔 혹은 좋은 술을 의미한다. 복숭아 잔에는 잡아 들다 엎었다拈翻고 새겨져 있으나 원문에는 밟아 엎었다踏翻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