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사로 만든 복숭아 잔은 적갈색을 띠고 있으며, 자사의 재질이 부드럽고 섬세하다. 반으로 자른 복숭아 모양으로, 기발한 구상과 완벽한 조형을 갖추고 있다. 또한 고풍스럽고 힘 있는 복숭아 나뭇가지로 손잡이를 만들고, 잎과 열매로 세 개의 작은 발을 만들었다. 전체 잔에 다양한 크기의 늙거나 새로 돋은 복숭아 잎 14장이 입체적으로 조형되어 있는데, 잎맥은 선명하고, 각기 다른 생태와 우아한 자태를 보여준다. 기예가 훌륭하여 고금의 차호 예술 가운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작품이다.
잔의 몸통 바깥 부분에는 당나라 시인 허작許碏의 시 <취음醉吟> 가운데 앞의 두 구절이 새겨져 있다.
閬苑花前是醉鄉, ,
拈翻王母九霞觴,
群仙拍手嫌輕薄,
謫向人間作酒狂.
낭원의 꽃밭은 술에 취한 별천지
서왕모의 구하상을 집어 들다 엎었네.
여러 신선 손뼉 치며 경박함을 미워하여,
인간 세상 유배되니 주정뱅이 되었네. [1]
시를 읊고 의미를 이해하면 작가의 식견과 창작 의도를 꿰뚫어 볼 수 있다. 작가 성사聖思의 기록은 사서에 남아 있지 않으며, 그의 생애도 고증할 수 없다. 잔 받침의 명문은 다음과 같다.
“성사聖思는 수도하는 사람이라 전하는데, 성은 항項이며 하며 질그릇 잔을 잘 만들었는데 일상 그릇보다 컸다. 꽃잎과 나무줄기, 열매 등 절묘하지 않은 것이 없어, 보는 사람마다 손에서 놓지를 못했다. 20년 전, 간옹簡翁이 베이징燕市에서 이것을 얻어 돌아와 보물로 삼았는데 잔 밑의 이파리가 조금 부서지고 깨져있었다. 자사호 명인 배석민裴石民은 한창 ‘제2의 진명원’으로 불리며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예전 사람들의 작품을 잘 수리하였고, 작년에도 빈홍賓虹 노인의 뜻을 받들어 공춘호의 뚜껑을 새로 맞추어 제작하였다. 올해 다시 내 부탁을 받아 이 잔의 외부 받침을 만들었는데, 그 가운데를 비우고 잔을 두어 고정시켰다. 이에 소략하게나마 기록을 남기고 아울러 그 뛰어난 기예와 도자기 역사에 빛나는 두 작품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려 한다.
간옹은 이싱의 명사 저남강儲南强 선생의 별호이다. 이 잔은 현재 난징박물원에 소장되어 있다. No.108
[1] 낭원閬苑은 곤륜산 정상으로 서왕모가 거주하는 곳이다. 구하상九霞觴은 맛난 술이 담긴 술잔 혹은 좋은 술을 의미한다. 복숭아 잔에는 잡아 들다 엎었다拈翻고 새겨져 있으나 원문에는 밟아 엎었다踏翻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