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유陳瑜 자야석표子冶石瓢

이 자야석표는 촉고자사공장蜀古紫砂工場에서 만든 것으로 촉고자사공장은 질 좋은 자사를 사용하고 실력있는 공예사를 고용하여 꽤 괜찮은 자사 차호를 만들어낸 곳이다. 바닥에는 촉고자사공장 蜀古紫砂工場이라고 전서로 새긴 네모난 인장을 찍었고, 뚜껑 안쪽에는 쑤웨이蘇巍라고 전서체로 새긴 작고 네모난 도장이 찍혀있다. 쑤웨이는 촉고자사고장 소속 공예사인 듯하다.

전형적인 자야석표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전수공인지를 잘 모르겠다. 몸통 내부를 보면 전수공은 아닌 듯한데 차호 바닥을 보면 수공의 흔적이 보인다. 반수공일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진다.

차호의 앞 뒤로 글씨와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이 글씨와 그림은 천위陳瑜가 쓰고 그리고 새긴 것이다. 천위는 1965년생으로 중국공예미술대사인 바오즈치앙鮑志强의 제자이기도 하다. 1984년부터 도예 일을 하였으며 바오즈치앙으로부터 도각陶刻을, 쟝옌蔣彦으로부터 도예를 배웠다.

이 차호의 몸체에는 위와 같은 그림이 그러져 있고 상단에 두보杜甫의 시 <증화경贈花卿>의 한 구절이 새겨져 있다. 증화경의 화경은 화경정花敬定으로 성도윤成都尹(지금의 청두 시장의 직위) 최광원崔光遠의 부장이었다. 당시 재주자사梓州刺使 단자장段子璋의 반란을 진압한 공로가 있었는데, 이러한 공로로 위세가 등등해진 그가 황제 앞에서만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을 멋대로 연주하게 하였고 이를 풍자한 시가 <증화경贈花卿> 이다.

錦城絲管日紛紛, 금성의 음악 소리 날마다 흩날리어
半入江風半入雲. 절반은 강바람에 절반은 구름 속에
此曲只應天上有, 이 노래는 마땅히 하늘에만 있는 건데
人間能得幾回聞. 사람들은 몇 번이나 들을 수 있으리오

이 시에서 금성錦城은 청두成都를 천상天上은 황궁皇宮을 의미한다.

이 차호에서는 피리를 부는 여인을 그려 놓고 상단에 ‘이 노래는 마땅히 하늘에만 있는 건데此曲祗應天上有 ‘ 한 구절을 새겨 놓았다. 피리 부는 여인은 당나라 미인처럼 통통한 몸매를 지니고 있고, 다소 큰 귀고리를 하고 있으며,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쌍환계雙環髻를 하고 있다. 쌍환계는 고대 결혼을 하지 않은 여인들이 했던 머리모양이다. 물론 이 차호에는 당연히 어떠한 풍자도 없고 구절의 표면적인 의미만을 취하고 그림과 호응하도록 하였을 뿐이지만, 옛 여성의 모습과 음악과 시가 서로 잘 어울리게 만들었다.. 또한 반대쪽에는 초서로 ‘이렇듯 아름답다有此美’ 이라고 새겼다.

2008년 무자년 봄에 만들어졌고 2009년 인사동 천예명호에서 80만원에 구입하였다. 2022년 기준 적정 가격은 250만원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