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니 조사의 재질로 자사 알맹이가 숨은 듯 드러난 듯 보인다. 납작한 구형 몸체, 짧은 목, 흐르는 어깨, 다소 볼록하지만 곧은 배 등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호의 밑부분에는 테두리가 있고 테두리 안쪽의 바닥은 다소 오목하게 들어가 있다. 둥근 떡과 같은 모양의 뚜껑에 꼭지는 육각형이며 그 가운데 공기구멍이 뚫여있다. 물대는 굽으며 꺾여있으며 역시 육각형의 모습을 하고 있어 중후하고 우아하다.
제량(손잡이)는 매우 크며 둥근 고리 모양이다. 호의 기세는 웅건하며 그 선은 명쾌하다. 구성이 깔끔하고 시원하며 엄격하고 비례는 조화롭다. 제량과 몸통의 두 궁형弓形은 허실의 대비를 이루어 그야말로 ‘사해만물을 이어주고 태양이 위로 뜬 듯’하다. 전체적인 조형은 간결하고 소박하나 교묘하고 아름다운 가운데 강하고 꼿꼿한 기백이 서려있어 명대 기물의 기세를 갖추고 있다. 초기 자사호의 걸작이라 하겠다.
낙관은 뚜껑의 입술 바깥쪽에 해서체로 ‘대빈’ 두 글자가 쓰여있다. 또한 음각의 전서로 ‘천향각天香閣’이라 쓰인 작고 네모난 도장이 찍혀있다. 호의 입술 부위에 낙관이 있는 것은 사실 보기 드문 것이다. 정선된 니료의 재질을 사용하였으며 자니에 황색 알갱이를 섞었는데 속칭 이피니梨皮泥 혹은 계화니桂花泥로 불린다. 이는 자사의 배합과 가공이 이미 높은 수준에 올랐고 불의 세기와 시간을 구워내는 공정 또한 가장 적합한 표준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조사의 표면질감과 전체적인 형태가 조화를 이뤄 공예수준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이 차호의 니색과 공예기술, 소성온도 등은 모두 최상급 차호의 수준이다.
‘천향각’의 낙관은 명대 명사인 오중수吳中秀의 집 이름室名이다. 이 차호는 일찍이 오중수가 사용하던 것이다.
이 자사호는 현재 난징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No.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