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춘량邵春良 수진철구호壽珍掇球壺

    샤오춘량邵春良의 자사호를 처음 접한 것은 2006년 북촌에서 개업한 천예명호에서였다. 천예명호 배금용 사장의 말을 빌자면 개업하고 처음 자사호를 사간 손님이 바로 나였고 그 때 내가 구입한 것이 마침 샤오춘량의 추수호秋水壺였다.

     당시 샤오춘량은 이름 없는 청년 작가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중국 내에서도 실력파로 이름을 얻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인지도가 상당하다. 그는 철구호와 방고호 등의 전통적인 차호를 잘 만들며 특히 그는 모든 호를 전수공으로 만드는데 호의 입부분과 호의 뚜껑을 금강사를 사용하여 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뚜껑과 입의 맞물림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갈아내는 작업整口을 한다. 하지만 훌륭한 방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작 자신이 설계하여 만들어내는 호의 디자인은 많이 조악하다.

    이 차호는 민국시기 명인 정수진程壽珍이 디자인한 수진 철구호다. 철구호는 세 개의 구球를 모아서 쌓은 형태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형태를 처음 만든 것은 청대 소대형邵大亨이다. 수진 철구호는 소대형의 철구호를 발전시켜 더욱 안정감 있는 형태를 보인다.

    샤오춘량은 그의 아버지 샤오홍판邵洪范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이들은 소대형의 5대, 6대손이라고 한다. 하지만 샤오춘량은 그의 선조인 소대형의 철구보다 수진 철구를 더 잘 만드는데 수진 철구에 있어서는 현존하는 작가 가운데 다섯손가락 안에 꼽지 않을까 생각한다. 니료는 저간니猪肝泥를 사용했다.

     2006년 천예명호에서 40만원에 구입하였다. 2022년 현재 7,000위안 (한화 120만원)이면 적정가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