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신陳辰 제량답환호提梁答歡壺

니료의 색은 자홍색이며 어둠을 뚫고 광택이 스며 나오고 았어 마치 세상의 모든 풍상을 다 겪고 우리 앞에 선 듯하다. 조형이 독특한데 둥근 바닥과 북 모양의 배, 좁아진 입 등은 사람들에게 몹시도 겸허한 마음이 들게 한다. 북 모양의 배 위로 난 두 가닥의 근문筋紋은 탁 트인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뚜껑 위를 가로지르는 테두리형 손잡이提梁는 소의 혀牛舌 모양으로 위로 치솟는 각도를 하고 있어 드넓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손잡이에서 물대에 이르는 곡선은 경직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며 높이 솟은 손잡이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다.

몸통에는 “즐거이 답하는 것으로 술을 대신하다. 혹은 답환호를 술 대신 선물로 주다. 경술년 서쪽 오두막집에서答歡當酒, 庚戌西廬”라고 새겨져 있고 호 바닥에는 “공지共之”라는 도장이 찍혀 있으며, 뚜껑 안쪽에는 “진제陳製”라는 인장이 찍혀 있다.

진신陳辰은 자字가 공지共之로 시대빈 이후 등장한 또 한 사람의 고수이다. 차호에는 “답환당주答歡當酒”라는 네 글자가 전서篆書로 새겨져 있는데 옛 정취가 넘쳐 흘러 진신이 “도예가 가운데 식견이 높은 사람 陶家中之書君”이라는 평가에 손색이 없다. 답答이라는 글자는 전서체를 필사하듯 적었는데 원래 전정錢禎이 쓴 전서篆書이다. 전정錢禎은 자字가 탁암拓庵으로 청 강희康熙 연간의 저장浙江 후저우湖州 사람이다. 시문에 능했고 전각을 잘했으며 산수나 꽃을 잘 그렸다.

이 차호는 청 초기 화가 왕시민王時敏이 애지중지했던 것으로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은 상하이의 화가 탕윈唐雲이 소장하고 있다. No.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