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호의 재질은 자니 조사紫泥調砂로 배 껍질梨皮 같은 질감을 가지고 있다. 장방형의 몸체에 네모 가운데 원이 깃들어 있고 낮은 어깨, 평평한 뚜껑, 짧은 물대, 각지게 깎인 손잡이는 뚜껑꼭지와 서로 어울리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배 부분은 둥근 북 모양이고, 위쪽으로 갈수록 점차 좁아지다 아래쪽 네 귀퉁이의 꺾임다리로 이어진다. 매우 엄숙하고 장중하며 명가의 기개가와 옛 풍격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호 바닥에는 “향기 가득한 집芳氣滿間軒 공지共之라는 해서체 서명이 새겨져 있다.
진신陳辰은 명 천계 연간에서 청 강희 연간까지 살았던 장시江西 우위안婺源 사람이다. 서법과 전각을 잘했고 절제된 힘이 있었다. 당시 차호를 만드는 많은 이들이 그에게 자신의 관지款識를 새겨달라고 청하였는데 대체로 그를 “문예 방면에 조예가 깊은 서책 군자書君”라고 여겨 그 꼼꼼한 실력에 탄복하였음을 알 수 있다.
자사호의 관지는 시대빈 역시 서법가들에게 글씨를 부탁한 후 이를 대나무 칼을 사용하여 그대로 그리거나 혹은 도장으로 사용하였는데 진신에 이르러 그렇지 아니하니 매번 칼로 붓을 대신하여 글자를 만들고, 뜻한 바를 자유자재로 만들어내었는데, 한자의 필획을 《황정경黃庭經》에서 가져와 적당히 담백한 기상을 지니면서도 진대晋代의 운치를 잃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흉내조차 내지 못하였으니 감정가들은 이를 토대로 작품의 진위를 감별하였다. No.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