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호는 네 벌의 마름 문양을 지니고 있고 발은 안문犴門[1]형태이다. 구름 모양의 어깨선과 높은 목과 입口頸, 아치형 뚜껑에 중첩된 선이 장식되어 있다. 꼭지는 둥근 구슬 형태이고 용 주둥이 형태의 물대는 꺾여 하늘을 향해 있다. 정교하고 사실적이며 그 기상이 장대하다. 바닥에는 전서체로 “차경次京”이라는 이름을 양각으로 새긴 네모난 인장이 찍혀있다.
명明 만력萬曆 천계天啓 연간에는 수많은 명장名匠들이 배출되었는데 각자 자신의 절기絶技를 가지고 있었다. 서차경徐次京은 이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장쑤江蘇, 저장浙江 일대에 살았던 사대부들은 대나무를 심고 꽃을 기르며 옛 옥과 청동기물을 감상하며 담박한 삶을 추구하였다. 그들은 차호 예술에도 많은 흥미가 있었는데, 이들의 도움으로 자사호는 그 독특한 니료의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화훼와 청동기, 옥기의 조형을 모방하게 되었다. No.46
[1] 안문犴門은 혜안문狴犴門의 약칭이다. 고대신화에서 용에게는 아홉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 네 번째 아들이 폐안狴犴이다. 호랑이의 머리와 뱀의 꼬리를 하고 있었는데 이빨이 없고 삼키기를 잘했다. 옛날 감옥의 문은 폭이 넓고 낮았는데 문 위에는 폐안을 조각하였다. 마치 폐안처럼 감옥문이 악당을 삼키면 악한 것을 없애고 착하게 된 후 다시 뱉어낸다는 비유였다. 자사의 각진 기물의 하단부를 낮고 넓게 파내어, 납작한 사다리꼴의 요철이 있는 사개처럼 발을 만드는 것을 안문이라고 하였는데 그 모습이 감옥의 문을 닮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정을 예전에는 안문을 파낸다挖犴門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