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玉亭 관款 육방사정호六方思亭壺

용량은 200cc, 재질은 주니 朱泥이며 단공單孔이다.

사정호思亭壺는 청대 명인 육사정陸思亭이 만들어 그의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건륭 초기 사정호가 등장한 이후 비슷한 시기 표주박 같은 사정호의 모습을 응용하여 이러한 육방사정호가 만들어졌다. 건륭에서 가경 연간 매우 유행했던 차호이다.

차호 바닥에는 옥정玉亭이라는 이름이 청향풍만지清香風滿枝라는 글귀와 함께 쓰여있다. 옥정은 소옥정邵玉亭으로 옹정, 건륭 연간의 인물이다. 자사호에 그림을 그려 궁정 자사호의 정취를 잘 표현하였는데 현재 건륭어제호乾隆御製壺 두 점이 남아있다. 이 차호는 소옥정을 가탁한 것으로 골동이 아니다.

청향풍만지清香風滿枝라는 구절은 만당晩唐의 시인 허혼許渾의 <설선배가 대부를 모시고 이른 매화를 감상한다기에 전함聞薛先輩陪大夫看早梅因寄>라는 시의 일부이다.

澗梅寒正發,莫信笛中吹。
素艶雪凝樹,淸香風滿枝。
折驚山鳥散,攜任野蜂隨。
今日從公醉,何人倒接䍦。

시냇가 매화는 추위에도 꽃망울을 터트려,
피리소리에 봄이라고 믿지 마시오.
소복한 아름다운 눈처럼 나무에 맺히고,
맑은 향기는 온 가지에 나부끼네.
가지 꺾이는 소리에 산새들 흩어지고,
들판의 벌조차 이끌어 따르네.
오늘은 그대를 따라 취하니,
누가 두건을 거꾸로 썼는가.

추운 겨울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를 감상하며 무한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짧은 인생을 대비하며 술에 취해 그 시름을 잊는다는 내용으로 이 차호가 같은 정갈함과 시의 내용이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차호의 높이가 있는 것은 차엽이 퍼지는 형태의 차를 우릴 때 좋아, 이 차호에는 안계安溪 철관음鐵觀音을 우렸다. 2000년대 후반 티앤푸명차天福茗茶에서 70g 한 통에 500위안하는 특급 철관음이 품질이 괜찮아 종종 우렸는데 이제는 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쉽지 않게 되어 대만의 고산차나 청향의 우롱차를 우릴 수밖에 없다.

2006년 서교동 수미헌에서 60만원에 구입했다. 2022년 기준 적정 판매가는 2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