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진명원陳鳴遠 매장호梅樁壺

이 차호의 자사 태토는 짙은 밤색이다. 차호의 몸통과 물대, 손잡이, 뚜껑 모두가 부러지고 남은 매화나무, 나무껍질, 얽힌 나뭇가지 등 매우 풍부한 생태 환경을 사용하여 구성되어 있다. 작품은 매우 강렬한 조각품으로 차호 위의 매화는 입체감 있게 만드는 퇴화堆花 기법을 사용하였는데, 색깔 있는 자사 흙물(슬립 혹은 니장泥浆)을 쌓아 올리고 빚어서 형태를 만들어 매우 생동감 있다.

몸통에는 ‘세 가지 벗들 가운데 살고, 백 가지 꽃들 위에 자리하다. 명원 居三友中、占百花上. 鳴遠“이라고 쓴 글이 행서로 새겨져 있다. 글 아래에는 ’명원鳴遠‘이라는 양각의 전서체로 새긴 방형의 인장이 찍혀있다.

현대 이싱 자사 예인 중 이 매장호를 모방하여 새로운 차호를 만들어 낸 이들이 등장하였는데, 역대 이싱의 자사 공예가 가운데 혜맹신惠孟臣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후대의 공예가들에게 모방된 것은 진명원의 작품인 것으로 보인다.

진명원은 정밀한 기예와 풍부한 창조성으로 유명하여 당시 문인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었다. 그는 다재다능하여 어떤 형태의 차호든 모두 만들었고, 차호 제작 이외에 책상 위의 장식품과 밤, 유전마름, 자고, 은행, 호두, 올방개 뿌리, 붉은 대추, 땅콩, 수박씨 등 작은 과일 모양의 공예품을 만들기도 하였다. 니료의 색감의 깊이가 달랐는데, 교묘하게 색을 잘 사용하여 원래 과일의 색채, 질감과 똑같이 만들었는데 매우 정교하였다.

이 차호는 현재 미국 시애틀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